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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공부

꼬뜨-로띠, 동시발효(Co-fermentation)의 역사

 

여러분 눈 앞에 레드와인이 한 병 있다고 합시다. 그 병 안에는 적포도만 들어있을까요? 대부분의 경우 그렇습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기 마련이죠. 오늘은 그 예외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일부 와인 생산지역에서는 발효가 시작되기 전에 적포도에 청포도를 추가하여 함께 알코올 발효를 합니다. 품종별로 각각 발효한 후 일정 비율로 혼합하는 일반적인 블렌딩 방법과는 성격이 다르죠. 이 방법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고 주장합니다. 함께 발효될 때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 방법을 동시발효(co-fermentation)라 부릅니다.

 

1.   역사적 배경

A.    필드 블렌딩

동시발효의 기원은 포도나무의 품종을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웠던 포도 재배 초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식물 분류학이나 DNA 분석이 도입되기 전이라 한 포도밭에 다양한 포도 품종이 섞여서 자라는 일이 흔했죠. 자연히 수확도 구분 없이 한꺼번에 이루어지고, 발효과정까지 섞인 채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을 소위 필드 블렌딩이라고 해요.

B.    의도적인 동시발효

비교적 현대에 들어서는 의도적으로 청포도와 적포도를 함께 발효하기도 합니다. 스페인 리오하나 이탈리아 토스카나 같은 지역에서 레드 품종의 타닌을 부드럽게 할 목적으로 소량의 화이트 품종을 함께 발효했지요(끼안티 클라시코는 역사적으로 산지오베제와 토착 적포도인 까나이올로 네로 뿐만 아니라 청포도인 트레비아노와 말바시아와 함께 동시발효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양조 방식은 유럽에서는 인기를 잃어가고 있어요. 한 지역만 제외하고 말이죠.

 

2.   꼬뜨 로띠

A.    와인 규정

제목에서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그 한 지역은 바로 북부 론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잡은꼬뜨-로띠입니다. 오직 레드와인만을 생산하고, 시라(Syrah)를 사용하는 곳이죠. 꼬뜨 로띠의 와인 양조 규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레드 와인만 생산할 수 있다.

2)    적포도는 시라(Syrah)만을 사용할 수 있다.

3)    청포도인 비오니에(Viognier)를 최대 20% 블렌딩 할 수 있다.

4)    비오니에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동시발효(co-fermented)되어야 한다.

한편, 북론에 속하는 다른 생산지인 에르미타주와 생조셉 역시 규정 상 시라에 청포도인 마산(Marsanne) 또는 루산(Roussanne)을 넣어 동시발효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아마 진한 꽃향기를 내뿜는 비오니에와 함께 발효할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마산과 루산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B.    어쩌다 비오니에가 꼬뜨-로띠에?

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북론 가장 북단에는 꼬뜨-로띠와 꽁드리유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지역은 1940년에 함께 AOC로 지정되었는데요, 그 전까지는 두 지역의 포도밭에는 시라와 비오니에가 함께 자라고 있었다고 합니다. AOC 규정에 따라 북쪽 지역인 꼬뜨-로띠는 레드와인 생산지로, 남쪽인 꽁드리유는 화이트와인 생산지로 분류되었지만 하루 아침에 꼬뜨-로띠에 남아있던 청포도 비오니에를 다 뽑아버리는 것도, 수확할 때 하나하나 구분하는 것도 노력과 비용이 드는 일이니, 한꺼번에 수확해서 발효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심지어 비오니에와 시라 나무는 굉장히 비슷하게 생겨서 묘목장에서도 구분하다가 실수가 생긴다고 해요. 꽤 잘 알려진 론의 생산자르네 로스탕(Rene Rostang)이 디캔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최근에 시라 나무를 주문했는데, 익어갈 무렵, 그 중 꽤 많은 포도가 비오니에라는 것에 크게 놀란 일이 있습니다. 꽁드리유와 우리는 이웃이어서 필연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포도밭이 약간 뒤죽박죽이 될 수밖에 없어요.”

 

C.    시라(Syrah)와 비오니에(Viognier)의 특징

1)    비오니에의 특징

-       쾌락주의적인 화이트 품종으로 강렬한 향, 높은 알코올 도수와 점도, 산도가 낮고 기름진 특성

-       익은 복숭아와 살구, 허니서클, 진저브레드, 오렌지 꽃, 자스민, 달콤한 향신료

2)    시라의 특징

-       가죽, 감초, 타르, 흰 후추, 베이컨지방, 모닥불 연기, 덤불 검은 과실

-       소박하고 야생적인 특성

 

D.    시라와 비오니에 동시발효(Co-fermentation)의 효과

시라와 비오니에가 오랜 세월 한 밭에서 자라고 있었다고 해도, 둘을 동시에 발효했을 때 와인 품질이 저하된다면, 생산자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겠죠? 둘을 함께 발효시킬 때, 많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고 해요.

1)    와인의 향기: 소박하고 야성적인 시라에 매력적으로 대조되는 달콤한 꽃향을 더해 복잡성 증가

2)    시라의 알코올 도수 보강

-        서늘한 빈티지에 시라가 충분히 익지 못하는 경우, 비오니에를 알코올 강화 목적으로 사용

-        Chaptalization(보당): 포도 머스트에 당을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과정

3)    질감: 시라의 바디를 더 부드럽게 만들어 우아하고 풍부한 질감 부여

4)    동시 착색(Co-pigmentation)

-        일정한 조건 하에서 청포도와 적포도가 함께 발효되면 레드와인의 색이 더 안정되고 깊어짐

-        일반적으로 빨간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뀌는 경향

-        안토시아닌이 다른 페놀류와 결합하면 색이 안정되고 짙어지게 하는 효과 있음

-        적포도의 안토시아닌과 무색 페놀 화합물(보조인자) 사이의 상호작용 결과

-        이상적인 청포도 블렌딩 비율은 10%

 

E.     동시발효(co-fermentation) 와인의 트렌드

이런 특징에도 불구하고, 모든 꼬뜨-로띠 생산자들이 동시발효(co-fermentation)로 와인을 생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품종별로 발효하여 병입 전에 블렌딩을 하면, 비율을 조정하는 등 보완의 여지가 있지만, 발효 전에 비율을 결정해야 하는 동시 발효는 더 까다롭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생산자들은 비오니에의 역할이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단정짓기도 하죠. 특히 시라와 함께 30도 이상에서 발효를 진행하기 때문에 비오니에의 향이 모두 날아가버린다, 향이 더해진다는 것은 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많은 생산자들이 일부 또는 전체 레드와인에 동시발효를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비오니에 사용량을 줄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오니에를 사용한다면 3~5%정도를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하지만 비오니에가 북론 나머지 지역의 와인과 꼬뜨-로띠를 구분하게 하는 두드러진 특징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글은 나파밸리 와인아카데미의 포스트를 요약한 자료입니다.

원문: https://napavalleywineacademy.com/the-history-of-co-fermentation-in-cote-rotie-and-beyond/

꼬뜨-로띠, 동시발효(Co-fermentation)의 역사

 

여러분 눈 앞에 레드와인이 한 병 있다고 합시다. 그 병 안에는 적포도만 들어있을까요? 대부분의 경우 그렇습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기 마련이죠. 오늘은 그 예외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일부 와인 생산지역에서는 발효가 시작되기 전에 적포도에 청포도를 추가하여 함께 알코올 발효를 합니다. 품종별로 각각 발효한 후 일정 비율로 혼합하는 일반적인 블렌딩 방법과는 성격이 다르죠. 이 방법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고 주장합니다. 함께 발효될 때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 방법을 동시발효(co-fermentation)라 부릅니다.

 

1.   역사적 배경

A.    필드 블렌딩

동시발효의 기원은 포도나무의 품종을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웠던 포도 재배 초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식물 분류학이나 DNA 분석이 도입되기 전이라 한 포도밭에 다양한 포도 품종이 섞여서 자라는 일이 흔했죠. 자연히 수확도 구분 없이 한꺼번에 이루어지고, 발효과정까지 섞인 채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을 소위 필드 블렌딩이라고 해요.

B.    의도적인 동시발효

비교적 현대에 들어서는 의도적으로 청포도와 적포도를 함께 발효하기도 합니다. 스페인 리오하나 이탈리아 토스카나 같은 지역에서 레드 품종의 타닌을 부드럽게 할 목적으로 소량의 화이트 품종을 함께 발효했지요(끼안티 클라시코는 역사적으로 산지오베제와 토착 적포도인 까나이올로 네로 뿐만 아니라 청포도인 트레비아노와 말바시아와 함께 동시발효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양조 방식은 유럽에서는 인기를 잃어가고 있어요. 한 지역만 제외하고 말이죠.

 

2.   꼬뜨 로띠

A.    와인 규정

제목에서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그 한 지역은 바로 북부 론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잡은꼬뜨-로띠입니다. 오직 레드와인만을 생산하고, 시라(Syrah)를 사용하는 곳이죠. 꼬뜨 로띠의 와인 양조 규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레드 와인만 생산할 수 있다.

2)    적포도는 시라(Syrah)만을 사용할 수 있다.

3)    청포도인 비오니에(Viognier)를 최대 20% 블렌딩 할 수 있다.

4)    비오니에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동시발효(co-fermented)되어야 한다.

한편, 북론에 속하는 다른 생산지인 에르미타주와 생조셉 역시 규정 상 시라에 청포도인 마산(Marsanne) 또는 루산(Roussanne)을 넣어 동시발효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아마 진한 꽃향기를 내뿜는 비오니에와 함께 발효할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마산과 루산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B.    어쩌다 비오니에가 꼬뜨-로띠에?

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북론 가장 북단에는 꼬뜨-로띠와 꽁드리유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지역은 1940년에 함께 AOC로 지정되었는데요, 그 전까지는 두 지역의 포도밭에는 시라와 비오니에가 함께 자라고 있었다고 합니다. AOC 규정에 따라 북쪽 지역인 꼬뜨-로띠는 레드와인 생산지로, 남쪽인 꽁드리유는 화이트와인 생산지로 분류되었지만 하루 아침에 꼬뜨-로띠에 남아있던 청포도 비오니에를 다 뽑아버리는 것도, 수확할 때 하나하나 구분하는 것도 노력과 비용이 드는 일이니, 한꺼번에 수확해서 발효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vins-rhone.com/en

심지어 비오니에와 시라 나무는 굉장히 비슷하게 생겨서 묘목장에서도 구분하다가 실수가 생긴다고 해요. 꽤 잘 알려진 론의 생산자르네 로스탕(Rene Rostang)이 디캔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최근에 시라 나무를 주문했는데, 익어갈 무렵, 그 중 꽤 많은 포도가 비오니에라는 것에 크게 놀란 일이 있습니다. 꽁드리유와 우리는 이웃이어서 필연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포도밭이 약간 뒤죽

박죽이 될 수밖에 없어요.”

 

C.    시라(Syrah)와 비오니에(Viognier)의 특징

1)    비오니에의 특징

-       쾌락주의적인 화이트 품종으로 강렬한 향, 높은 알코올 도수와 점도, 산도가 낮고 기름진 특성

-       익은 복숭아와 살구, 허니서클, 진저브레드, 오렌지 꽃, 자스민, 달콤한 향신료

2)    시라의 특징

-       가죽, 감초, 타르, 흰 후추, 베이컨지방, 모닥불 연기, 덤불 검은 과실

-       소박하고 야생적인 특성

 

D.    시라와 비오니에 동시발효(Co-fermentation)의 효과

시라와 비오니에가 오랜 세월 한 밭에서 자라고 있었다고 해도, 둘을 동시에 발효했을 때 와인 품질이 저하된다면, 생산자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겠죠? 둘을 함께 발효시킬 때, 많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고 해요.

1)    와인의 향기: 소박하고 야성적인 시라에 매력적으로 대조되는 달콤한 꽃향을 더해 복잡성 증가

2)    시라의 알코올 도수 보강

-        서늘한 빈티지에 시라가 충분히 익지 못하는 경우, 비오니에를 알코올 강화 목적으로 사용

-        Chaptalization(보당): 포도 머스트에 당을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과정

3)    질감: 시라의 바디를 더 부드럽게 만들어 우아하고 풍부한 질감 부여

4)    동시 착색(Co-pigmentation)

-        일정한 조건 하에서 청포도와 적포도가 함께 발효되면 레드와인의 색이 더 안정되고 깊어짐

-        일반적으로 빨간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뀌는 경향

-        안토시아닌이 다른 페놀류와 결합하면 색이 안정되고 짙어지게 하는 효과 있음

-        적포도의 안토시아닌과 무색 페놀 화합물(보조인자) 사이의 상호작용 결과

-        이상적인 청포도 블렌딩 비율은 10%

 

E.     동시발효(co-fermentation) 와인의 트렌드

이런 특징에도 불구하고, 모든 꼬뜨-로띠 생산자들이 동시발효(co-fermentation)로 와인을 생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품종별로 발효하여 병입 전에 블렌딩을 하면, 비율을 조정하는 등 보완의 여지가 있지만, 발효 전에 비율을 결정해야 하는 동시 발효는 더 까다롭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생산자들은 비오니에의 역할이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단정짓기도 하죠. 특히 시라와 함께 30도 이상에서 발효를 진행하기 때문에 비오니에의 향이 모두 날아가버린다, 향이 더해진다는 것은 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많은 생산자들이 일부 또는 전체 레드와인에 동시발효를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비오니에 사용량을 줄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오니에를 사용한다면 3~5%정도를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하지만 비오니에가 북론 나머지 지역의 와인과 꼬뜨-로띠를 구분하게 하는 두드러진 특징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글은 나파밸리 와인아카데미의 포스트를 요약한 자료입니다.

원문: https://napavalleywineacademy.com/the-history-of-co-fermentation-in-cote-rotie-and-beyond/